체대 혹은 운동을 전공한 사람이 병원에 갈 수 있을까?
체육전공자들 중 심심찮게 물리치료학과로 다시 편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운동을 좋아하는데 운동만으로는 병원에 취업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교를 졸업하거나 아니면 다시 공부를 해서 물리치료학과로 편입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의 모친 역시 대학병원 임상병리사 출신이라 영향을 받아 병원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하지만 학교를 다시 가버리면 지금까지 내가 학교 다녀온 시간이 아깝기 때문에 그러긴 싫었다.
학교에 입학한 2011년도 당시 그때만 해도 OS, 즉 정형외과 병원에서 심심찮게 운동처방사가 근무하고 있었다. 그래서 속으로 생각했다.
' 저 사람도 하는데 나도 병원에 취업할래'
지금과는 다르게 갓 전역한 군인이고, 한창 혈기왕성할 21살 22살 아닌가... 열정 넘칠 때였다. 그래서 나는 순수 내 전공(스포츠의학, 운동처방)을 가지고 병원에서 일을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래서 대학병원 2곳에서 실제로 일을 했다.
첫 시작은 인턴에서부터였다. 학교 외래강사로 오시는 교수님이 우리 학교 선배이자 '고대구로병원 스포츠의학실' 실장이었다. 고대 병원 스포츠의학실의 경우 규모가 작기 때문에 내부 인력의 선생님들로 환자를 대하긴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매 학기, 방학마다 실습생을 구하고 있었다. 교수님께 말씀드리니 흔쾌히 받아주셨다.
#어차피 돈 안 받고 일하는데 더 좋은데 가야지
실습생은 돈을 받는 직원이 아니다. 알 바 개념도 아니고 오히려 배우러 가는 입장이다. 요즘 20대 학생인 젊은 친구들이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 지금도 그렇고 과거에도 그랬고 돈은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좋아하는 거 하며 사는 게 맞는 거라 생각하며 돈 생각 안 하고 살고 있다(이렇게 살다 보니 돈은 알아서 따라오더라...).
어차피 실습생이었기에 부담 없는 위치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얼마 없는걸 알기 때문에 실습은 최대한 규모가 크고 선수, 환자가 많이 오는 곳에서 하려 했다. 우리나라 대학병원에서 실습 받는 병원이 수원에 A 대, 서울에 K대, B 병원, 그리고 내가 실습했던 고대구로 이 정도밖에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스포츠의학실 운동처방사 기준). 이 중에서 교통, 거리, 배울 수 있는 것들 포함해서 가장 적합했던 곳이 고대구로병원이었다.
지금도 각 대학교 3,4학년들이 취업 전 경험 삼아 실습을 나가는 걸로 알고 있다. 그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왕 할 거 규모 큰 곳에서 하라고... 큰물에서 놀면 너희도 커진다고...
#고대구로병원 스포츠의학실(feat. 아무도 하지 않았던 6개월 동안의 실습 생활)
보통 실습은 방학 2개월 혹은 학기 4개월 이렇게 두개로 나뉜다. 근데 필자는 당당히 이야기했다. '교수님 저 그냥 방학+학기해서 6개월 할래요.' 그랬더니 힘들 텐데 괜찮겠냐고 하셨다. 그 당시에 힘들고 그럴게 뭐 있나, 괜찮다 하고 6개월간 열심히 했다ㅋㅋㅋㅋ
실습생 때는 주로 CSMI등속성 장비로 측정하고 트레이닝 시키는 법과 선생님들이 운동시키는 환자 보조하고 내가 공부했던 이론이랑 대입해 보면서 공부했다. 그리고 정형외과 선생님들이랑 같이 컨퍼런스도 하고 실습생들끼리 논문 주제 정해놓고 컨퍼런스도 했다. 대학 생활 4년 동안 배웠던 것들을 실제로 현장에 접목시키면서 스포츠의학 현장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Big5 서울 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실
대표팀 생활 끝나고 아무래도 숙소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공부를 더 하고 싶었다. 아무래도 팀보다는 병원이 더 공부를 많이 하고 할 시간도 많이 있으니 다음 일은 병원에서 일하고 싶었다. 병원에 공고가 나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렸다... 한 3개월 기다리니 몸이 근질거려 안되겠더라... 그래서 국민체력 100에 2개월 정도 있었고, 서울아산병원 공고가 나서 바로 이직 성공했다.
서울 아산병원 하면 감히 대한민국 탑병원이라 할 수 있다. 운이 좋게도 합격을 했고 2년 동안 근무했다.
큰 병원이다 보니 확실히 여러과와 협진이 많았다. 정형외과는 물론 마취통증의학과,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노년내과, 비뇨기과 등 수많은 과들의 교수님들과 컨퍼런스를 통해 협업을 실시했다. 케이스 발표도 하고, 다른 과 교수님들이 발표하는 것도 보고, 그에 따라 공부도 많이 하고 아주 만족스러운 병원 생활이었다.
퇴사할 때 고생했다고 소장님 및 다른 선생님들께서 감사패 만들어주셔서 뿌듯하게 잘 퇴사하였다. 열심히 했는데 그걸 알아주시니 울컥하고 그랬다. (사랑해요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샘들 ㅠㅠㅠ)
사실 필자 역시 머리가 안 좋은 꼴통이었기에 아산 다니는 2년 동안 힘든 날들이 굉장히 많았다. 발표는 다가오고 아는 건 없고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은 다 10년 이상 스포츠의학을 전공하고 매일 컨퍼런스 하던 사람들인데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고 사실 두려움도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하루하루 버티자는 생각으로 살아가니 2년 동안 잘 버텼던 것 같다. 열심히 하다 보니 그래도 환자들이 알아줬다... 칭찬카드 받을 때면 별거 아니어도 힘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잘 버틸 수 있었던 건 초등학교부터 절친이었던 친구가 나보다 6개월 정도 먼저 물리치료사로 취업했던 것이다. 그 친구한테 병원 시스템도 많이 물어보고 의지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점심시간마다 둘이 30분 정도 커피 마시는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ㅋㅋㅋㅋㅋ 친한 친구와 같은 직장에서 같은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행복한 일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가끔 그때 이야기하면 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 대학병원의 경우 현재 건운사를 가지고 갈 수 있는 곳은 K대병원, 아산병원, A대병원, 조선대병원 정도 되는 것 같다. 실제로 제도적 문제로 인하여 건강운동관리사들이 병원에서 설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예 못 들어가는 건 아니다. 물리치료학의 공부를 배우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단지 병원에 가고 싶어서 물리치료학과를 편입하거나 다시 들어간다?? 절대 비추비추 추천하지 않는다. 단지 병원에 가고 싶으면 간호학과를 가라 그게 더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운동을 접목시켜서 병원에 가고 싶다? 물리치료학과 안 가도 간 사람들이 있다. 필자도 했으니 여러분들은 더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생길 많은 후배들이 자신의 명확한 목표와 신념을 가지고 취업시장에 뛰어들었으면 좋겠다.
## 병원 취업 준비물
필수조건: 건강운동관리사, 성실성, 인간성
이론과 실기적인 능력은 글쎄... 등속성장비를 다룰 수 있으면 확실히 +가 되긴 할 것 같은데 필수는 아니다. 이론적인 부분은 대학교에서 배웠던 수준 정도만 알면 된다. 어차피 현장 가면 다시 배워야 하고 다시 공부하게 된다.
못하는 건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성실하지 못하고 예의 바르지 않으면 안 뽑는다. 그게 면접에 드러난다. 아! 그리고 허세 부리는 거... 특히 한 2년 정도 현장에 있다 보면 자기 말이 다 맞고 모든 재활을 다 할 수 있을 거란 착각을 아주 많이 하게 된다. 절대 절대 금물 제발 겸손했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의 선배들은 훠어어어어얼씬 공부도 많이 하고 똑똑하니 제발 허세 부리지 말고 아는척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게 면접 볼 때 다 티가 난다... 자신감과 허세는 다른 부분이다.
'스포츠의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취업] 프로팀 선수트레이너 (Feat. 하나원큐 여자농구단) (4) | 2025.03.21 |
---|---|
[피트니스] 새벽 운동, 선수들에게도 좋을까? 운동생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해보자 (4) | 2025.03.19 |
[영양] 운동 전, 중, 후 먹어야할 보충제는 무엇을먹어야 할까 (1) | 2025.03.12 |
[다이어트] 뭐? 지방을 먹으면 살이 빠져? (4) | 2025.03.10 |
[병태생리] 당뇨병과 운동 (2) | 2025.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