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알듯이 지금 하얼빈에서는 동계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다.
우리나라도 동계 올림픽을 개최했던 적이 있었다. 그건 바로 2018평창 올림픽. 이때 만든 시설과 인프라를 이용해서 각종 세계대회를 강원도에서 유치하고 있다. 동계 아시안게임을 보고 있자니 오래간만에 옛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나의 첫 커리어의 시작, 지금의 필자를 만들어낸 그때 그 경험을 적어보려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동계스포츠 강국이 되기엔 시설과 인프라가 부족하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말곤 모두 비인기 스포츠라 할 수 있다.
비인기 스포츠의 관심 부족으로 인해 선수들이 느낄 실망감은 누구보다 크다는 걸 현장에서 봐서 잘 알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서 바로 뒤에 패럴림픽이 똑같이 열렸다.
패럴림픽이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주최로 4년 주기로 개최되는 신체장애인들의 국제경기 대회로,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올림픽 개최 도시에서 열린다. 창설 당시 하반신 마비를 의미하는 'paraplegia'와 'Olympic'를 합성하여 만든 용어였으나, 신체가 불편한 모든 장애인을 대상으로 범위가 확대되면서 '신체장애인들의 올림픽'으로 발전하였다. 이후 Paralympic을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다는 의미에서 동등하다는 의미의 'parallel'로 보기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패럴림픽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장애인들이 하는 스포츠... 과연 재밌을까? 그거 지루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지루하냐고? 전혀 지루하지 않다. 굉장히 다이나믹하고 일반 경기보다 재밌는 종목이 있다. 바로 장애인아이스하키(파라아이스하키)라는 종목이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그 팀의 선수트레이너 였다...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비장애인, 장애인 통틀어 아이스하키 첫 메달을 획득했다.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나의 첫 직장이었다.
근무 시작일은 아직도 기억난다. 2017년 1월 16일 월요일 팀 소집이 춘천이어서 짐을 싸 들고 팀에 합류했다. 처음 만난 선수들 이미지는 "세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형님들이 대부분이다." 였다. 하긴 그때 당시 내 나이가 25이었으니 나보다 적은 선수가 몇 없던 게 당연했다.
당연히 2018년에 있을 평창 패럴림픽을 바라보며 트레이너 2명을 뽑았기에 대우는 이전 보다 좋았고 지원 역시 빵빵하게 받을 수 있었다. (이때는 정말 잘 먹어서 하루에 5끼 먹은 날이 더 많았다... 10kg 금방 쪘다는...)
국내에는 상대할 팀이 없어 해외로 전지훈련을 많이 갔다. 이태리 토리노, 일본 나가노, 캐나다 캘거리, 러시아 알렉신... 그래도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이었기 때문에 다른 때보다는 해외로 덜 나갔다고 한다. 경기 감각을 위해 다른 나라 대표팀, 클럽팀들과 게임만 하고 돌아왔다(그래도 2주간의 해외 훈련은 길었다). 국내에서는 5월까지 춘천 및 이천훈련원에서 훈련하고 그 뒤는 강릉에서 쭈욱 있었던 것 같다. 거의 강릉 시민이 되었을 정도로 강릉에 오래 머물렀다.
한창 열정 넘치는 나이라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체력훈련부터 마사지, 컨디셔닝 등등 정말 많이 노력했다. 대부분의 스케줄은 주6일 운동 하루 휴식이었다. 오전에 아이스훈련, 오후 웨이트, 아이스훈련, 저녁 식사후 야간에 선수 개인 보강 및 마사지/컨디셔닝. 한국에 있는 외국으로 전지훈련을 가나 비슷한 하루 일정 이었다.
캐나다 한번 이겨보겠다고 바득바득 이를 갈고 일반 올림픽이 끝나고 패럴림픽을 위해 평창 선수촌 아파트로 입촌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경기에 승리하겠다는 독한 마음도 잠시 그냥 지구촌 최대 축제였다... 25년 살면서 올림픽은 티비로만 봤지 직접 참가는 언제 해봤겠나... 선수촌 내에서는 모든 게 다 공짜다. 후원사인 코카콜라 계열 음료부터 밥, 안마의자, 병원 진료(MRI 및 각종 치료), 마우스피스 등등 어마어마하게 할 게 많았다. 패럴림픽 참가하는 모든 나라 선수들과는 그냥 친구, 함께 대회를 나온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모두 하나의 목표를 두고 왔기 때문에 8개의 나라가 피 튀기는 싸움을 시작하였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17년 세계선수권에서 3위를 기록하여 미국, 체코, 일본과 한조가 되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이때 당시 러시아가 나오지 않아 최상의 조를 편성 받았다. 어차피 미국, 캐나다 둘이 극강이라 1,2위 싸움하는 거고 이탈리아, 노르웨이와 3위 싸움의 3파전인데 두 팀 다 A조에 편성되었다. 러시아가 안 나온 게 정말 운이 좋았다.
하지만 일본과 체코 두팀과의 예선전은 힘들었다. 특히 일본과의 시합이 엄청 힘들었던 시합으로 기억에 남는다.
어쨌든 우리 대표팀은 4강에서 캐나다와 맞붙었고, 아쉽게 패하며 이탈리아와 동메달 결정전을 펼쳤다.
이탈리아... 긴 팔과 좋은 피지컬로 항상 우리나라를 힘들게 했던 기억이 있는 나라였다. 정말 접전이었고 3피리어드 끝나기 전에 정승환선수의 크로스를 받은 장동신 선수가 골이 기록하였다. 우리끼리 얘기지만 동신이형은 그냥 달렸을 뿐이라고... 실제로도 스틱에 맞고 골이 들어간 게 아니라 날에 맞아서 골이 들어갔다ㅋㅋㅋㅋㅋ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골은 골이고 이긴 건 이긴 거니.. ㅋㅋㅋㅋㅋㅋ 경기 부저가 울리자마자 스텝 선수 모두 울음바다가 되었다. 그간의 힘듦과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부담감.. 특히 감독님께서 엉엉 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평창올림픽 최고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는 태극기를 두고 경기장에 애국가가 울리도록 불렀다. 선수, 스텝, 관중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경기장은 애국가가 울려 퍼졌고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경기에 직접 참여했던 선수들과 스텝들은 1년간 함께 고생한 기억들이 필름 지나가듯 지나갔을 거고 그 마음을 아는 듯 관중들도 함께 울어주었다. 세계인의 축제였던 우리의 마지막 무대는 말 그대로 축제로 끝나게 되었다.
대회가 다 끝난 후 모두 천운이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운도 실력이고 기회가 온다고 한들 그 기회 역시 잡으려고 노력했던 사람이 기회를 잡는다. 운이 올 수 있도록 노력했고 그 노력은 결국 동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얻어냈다.
앞으로 몇 년을 살아갈지 모르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기억에 남은 2018년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6mHUMLGaoc
경기장에서의 선수들은 슬레지(썰매)에 타 있기 때문에 작전 지시나 부상 체크를 할 때 눈 높이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한쪽 무릎을 꿇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게 된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이었는데 사람들의 눈엔 그게 아니었나 보다.
17/18 대한민국 파라아이스하키 선수단
감독: 서광석
코치: 권재성, 김태호, 김정호
팀 매니저: 조용준
장비 매니저: 최영철, 백민철, 정대한
트레이너: 조영진, 안상영
멘탈코치: 정용철, 최옥순
전력분석관: 최형준
골리: 유만균, 이재웅
공격수: 이종경, 장종호, 조병석, 이지훈, 김대중, 최시우, 정승환, 이해만, 이용민, 이주승, 최광혁
수비수: 한민수, 장동신, 김영성, 조영제
다시 생각해도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했던 1년이었다. 18년 이후 은퇴한 선수들도 있고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실력이 떨어진 선수들도 있었지만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 우리 선수들은 4강 진출을 성공하였고 아쉽지만 4위로 마무리하였다.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베이징 올림픽 중계는 없었다. 이 글을 본 독자들이라면 한 번쯤은 우리나라의 경기를 유튜브를 통해 찾아보았으면 한다. 박진감 넘치고 정말 재밌다!!
지금도 신인 발굴을 위해 노력하는 협회 직원들과 다음 이태리 올림픽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계인의 축제 강원도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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